크리피

이베 2018. 4. 22. 15:10


독서스터디용으로 읽은 책. 가볍고 좀 마음 따뜻해지는 거 읽고 싶었으나 결국 또 스릴러, 미스테리. 별점은 3.8쯤? 스토리 자체는 재밌었으나 마무리까지 긴장감 있게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그 사람은 저희 아빠 아니에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당신의 이웃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어도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라는 현대의 끊어진 관계도를 파고든 범죄와 그걸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나오는 인물들의 관계도가 촘촘한 듯 엉성하다. 주요인물이라고 해야하나, 결국은 스토리에 아주 큰 역할을 할 캐릭터를 좀 더 전면에 내세웠으면 했다. 저만치 뒤로 빠져있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극을 혼자 차지하는 기분이 들었다. 비중이 크다 싶은 캐릭터는 갑자기 빠지지를 않나.

 초반과 중반까지는 꽤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좀 맥이 풀린다. 긴장감이 짱짱하게 유지 되질 않는다. 급기야 마지막 장에는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로 시작하는데 경악을 금치 못했다 (ㅋㅋㅋ) 잘 읽히는 편의 책이긴 했다. 하지만 역시 후반부가…. 설마? 하다가 그 설마가 맞을 때의 맥빠짐도 있었고, 이 사건의 큰 요소인 사람이 줄줄줄 사건의 전말을 다 말하는 것도 어이없었다고 해야하나. 앞부분에 열심히 떡밥 깔아두고 의심스럽게 만들어둔 캐릭터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도 맥빠지게 하는 것 중 하나였다. 그럴거면 왜 그렇게 공들여서 만들어 둔 건데! 물론 이후의 복선 때문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 퇴장은 정말 어이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작중 범인을 '악의 천재'라고 부르는데, 그정도인가는 잘 모르겠고... (범죄를 잘 저지르는 것은 알겠지만) 이런 류의 소설에 마인드 컨트롤이 나오는 것도 좀 엥, 스럽긴 했다. 한 번도 전문적으로 그런 것을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서 그 가정의 일부분을 꿰차고 들어있는데 그걸 남한테도 들키지 않고… 가능한 건가? 픽션이니 그러려니 하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이 이야기는 단절된 인간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고 생각 되는데, 그런 점에서는 잘 그려냈다고 느낀다. 옆집에 사람이 사는지, 그 사람이 죽었는지, 가까운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아서 생기는 사건은 많으니까 그런 걸 생각하면 오싹할 만 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현실에서도 분명히 일어날 만한 일이고. 그나마 이 책 내에서는 이웃들끼리의 소통이 없던 것도 아닌데 지금 나만 해도 고작 인사나 나누는 게 다란 말이다.

 총평(?)으로는 잘 읽히고 내용 자체도 재미있는 이야기라서 가볍게 (내용은 전혀 안 가벼움) 읽기에는 좋은 것 같다. 의문점을 넘겨버리면서. 의문점 하나하나를 붙잡아가며 읽기에는… 구멍이 작게 많이 뚫린 느낌이라 힘들 것 같다. 재미가 없지는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