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와 성녀

이베 2018. 5. 24. 11:21


 최근 마녀사냥이니 하는 그런 쪽으로 관심이 많아졌는데, 마침 발견해서 읽어본 책. 역사책같은 느낌이라기 보다는 여성학쪽 분류였다. (역사 관련 내용인 건 맞지만) 과거 마녀와 성녀를 구분짓는 잣대와, 그로부터 현재까지 같은 맥락으로 이어진 여성혐오를 다룬다.


 일단 책 내용 자체가 꽤 흥미롭다. 나는 마녀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성녀와 성녀도 마녀도 되지 못한 여성들이 종교를 대하는 법과 종교 속에서 살아갔던 법을 이야기 하고 있다. 마녀는 여성에 대한 공포나 혐오감으로 조성된 것이라고 한다면, 성녀는 교묘하게 여성에게 코르셋을 씌우며 만들어가고 있었다.

 '여성 혐오(미소지니)'는 여성에 대한 공포, 혐오, 그리고 숭배 모두를 포함한 단어다. 혐오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여자 안 혐오하는데요, 엄청 좋아해요."하는 말을 지껄이는 듯 하다. 그런 사람들은 신속히 자신의 말이 '저는 한 번도 공부해본 적 없습니다.'로 보이는지 인지하고 여성 혐오 또는 페미니즘에 대한 서적 한 권만이라도 읽어보고 오길 바란다.

 옛날 사람들의 생각이기도 하고, 진짜 지들 멋대로 잣대를 들이밀며 성녀니 마녀니 하는 것을 구분한다. 성녀와 마녀는 둘 다 마법에 가까운 능력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마녀는 악마의 힘을 빌려 그런 능력을 가지고 성녀는 신의 힘을 빌려 그런 능력을 가졌다고 말한다. 사실상 둘의 차이는 거의 종이 한 장 차이여서 현시대에는 성녀라고 불리지만 구시대에는 마녀사냥을 당한 경우도 있다나 뭐라나.


 마녀에 대해 먼저 다루는데, 여성 주술사로 불리던 여성들이 어느 시점부터 마녀로 몰아가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마녀 사냥에는 여성 혐오가 전제로 깔려 있지만 그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그 당시의 입맛에 맞는 화살 받이가 필요했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마녀 사냥은 치밀하게 조직화 된 사안이었고, 그래서 고문 당했던 마녀들의 증언이 일관적이었다고 말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근거로 마녀를 색출해냈는데 (물에 빠뜨려본다거나 몸에 바늘을 찔러 본다거나 매달아둔다거나) 그러다가 마녀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죽어도 그만, 마녀로 색출되어서 화형을 당해도 그만이라는 거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았지만 거의 다 여성이었고, 힘이 없었다고 한다. 마녀의 특징으로는 뭐, 성적으로 음란하고 어쩌고….

 성녀에 대해서는 처음엔 아예 여성의 몸은 더럽고, 구제 받지 못하고…하는 프레임을 만들어서 남장을 하는 성녀들이 존재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여성의 몸은 아름답다고도 하고, 처녀여야만한다고 했다가, 모성을 부각했다가… 마녀의 기준은 음란하고 어쩌고 하는 것에 비해서 성녀의 기준은 어마무시하게 변천사가 많다. 와중에도 계속 여성의 몸은 아름답기 때문에 추한 것을 가리고, 여성의 신체는 약하기 때문에 영혼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느니 어쩌니 했다.

 저런 여러 기준에 따라 변화하는 속세의 여성들도 다루고 있다. 속세의 여성을 다루다보니 그 시대의 여성혐오에 대해서도 다루게 된다. 창녀를 마녀 취급하다, 창녀였다가 성녀가 된 여성은 이도저도 아닌 여성보다 더 높게 취급을 하기도 하고, 예전에는 창녀를 아예 도시에서 관리할 때도 있었고, 필요악이라고 내버려두기도 했다고 한다. 대체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후에 종교가 여러 갈래로 나뉘고 여성들에게 위로가 되는 파가 나오고 난 뒤의 여성 운동이나 여성의 권리 등을 다루기도 한다.


 다른 것보다 이 책에 담긴 마녀를 정하는 기준이나 성녀를 정하는 기준에 쓰이는 여성혐오가 현재의 여성혐오와 너무 닮아있어서 오~ 하나도 발전 안 한 수준인데~ 하고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내용이 재밌(다고 해야하나 보다 보면 진짜 어이없을 정도로 미개한데 위에도 말했듯이 별로 발전한 거 없는 현재라서 웃김)어서 한번쯤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