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애플

이베 2018. 7. 11. 13:12


세 번째 보는 마리 유키코의 책. <갱년기 소녀>, <여자친구> 보다도 더 기괴하고 혼란스러운 이야기였다.


 <갱년기 소녀>와 비슷하게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어지지만 전체적인 스토리의 큰 줄기는 같다. 기다란 복도에 차례차레 있는 방에 들어가 구경하는 느낌의 진행이다. 각 이야기의 소제목들은 에로토마니아, 클레이머, 칼리굴라, 골든애플, 핫 리딩, 데자뷔, 갱 스토킹, 폴리 아 드, 이렇게 8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소제목들은 다 뭔가… 묘한 것들 뿐이다. 클레이머 빼고.

 계속해서 나오는 큰 줄기 중 하나는 하루나 미사키, 그녀의 소설이다. 그 소설과 그녀와, 연관 없는 듯 연관 있는 이들의 이야기다. <갱년기 소녀>도, <여자친구>도 그렇지만 마리 유키코의 책의 내용은 함부로 속단하면 안된다. 뒤에 사실은 이랬습니다~ 하는 반전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인물이 중구난방 나오는 느낌이고, 인물의 수도 꽤 많아서 헷갈릴 만도 한데 이름은 못 외워도 설명이 나오면 아! 그 사람이! 하게 됐다.


 마리 유키코의 책을 읽다보면 항상 혼란스럽고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개인적으로 <골든 애플>이 가장 심했던 것 같다. 진짜 다들 미쳐있다. 이 소설은 한 사람이 미치면 옆에 있던 사람도 미쳐 돌아가는 그런 상황이 많다. 아니면 불안하고 초조하고 두려운 상황에 미쳐버려서 막… 소설이 그 사람의 관점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데, 진짜 혼란스러워서 같이 미칠 지경이다.

 수미상관(ㅋㅋ)처럼 첫번째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가 퍼즐처럼 맞아떨어진다. 다른 에피소드들도 다 같이 모여서 하나의 퍼즐판을 완성하는 느낌이지만, 어찌됐든 첫번째와 마지막이 맞물리지 않으면 완성되지 못했을 퍼즐이라는 뜻이다. 누가 밖에서 쓴 기사 같은 거 하나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혼란스러운 소설. (이 소설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객관적으로 쓴 기사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뜻) 어떤 것이 사실인지, 계속 읽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사실 계속 읽어도 사실인지 알 수 없는 것도 허다하다.


 이 작가의 책을 읽으며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현실적이다. 읽다보면 나도 이 상황이었다면 이렇게 혼란스러워 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혼란을 야기한 상황마저 현실적이다. 그래서 더 싫은 기분이 드는 걸지도 모른다.

 연달아서 마리 유키코의 책을 읽었었는데, 아마도 또 언젠가 이 사람의 책을 찾게 될 거다. 일단 재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