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이 감독 신작으로 포스터가 뜨길래, 전작이 궁금하기도 했고 보고 싶어요나 찜해놓은 작품에 들어가있던 영화라서 가볍게 봤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내용이 너무 안 가벼움. 이래저래 이야기하다보면 스포일러로 접지 않은 부분에도 스포일러가 포함될듯 하다. 후반부 엔딩쯤의 이야기는 접어둔다.
사랑, 아니 짝이 없으면 동물로 만들어버리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짝이 있던 이들도 짝을 잃으면 (심지어 사별도!) 한 호텔로 보내져서 그 안에서 짝을 찾아야한다. 정해진 기간 내에 짝을 만들지 못하면 어디에 끌려가서 동물이 되는데 그 동물이 되는 과정이 굉장히 잔인한듯.
세계관 자체로도 이미 너무 디스토피아적이고, 약간 어떻게든 사람에게 짝을 만들려고 하는 모습이 어찌보면 현대의 한국과 비슷한 느낌인데 (결혼은 언제하니? 남자친구도 만들고 그래야지.) 그래서 그런가 묘하게 더 가깝게 다가오는 세계관. 짝이 된다고 해도 자주 싸울 경우 '아이'를 붙여준다 (!!) 호텔에서 수업같은 걸로, 혼자 있을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대처하기 힘들지만 둘이 함께라면 할 수 있다! 는 식의 경우를 보여주는 것도 굉장히 크리피.
어떻게든 짝을 만들어서 동물이 되지 않으려고 하는 이들의 모습이 애잔하다고 해야하나, 동물이 돼서 누군가에게 잡아먹히거나, 아니면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는 것만은 피하고 싶어서 거짓된 사랑을 꾸며낸다. 호텔에 더 묵으려면 바깥의 짝이 없으나 동물이 되지 않은 이들을 마취총으로 잡아 끌고 와야한다. 한 명에 하루씩 (너무 짜지 않나.)
진짜 크리피해~~ 하고 생각했던 건 호텔 내에서 자위는 못하게 하면서 발기 능력을 확인하려고 유사 성행위, 그리고 발기까지만 한 뒤 일어난다는 점이다. 유사 성행위는 여자 메이드가 해주는데 (이성애자로 선택한 남자에게) 여자도 그런 식의 행위가 있었는지 궁금하긴 함. 발기를 체크 당하는 남자나, 그걸 위해서 유사 성행위를 하는 여자나 진짜 인권을 지킨다는 느낌은 일말도 들지 않는 장면.
주인공은 사랑을 꾸며내서 한 소시오패스인지 싸이코패스인지 한 여자와 짝을 맺는다. 하지만 그 여자는 찐싸패고 남자는 짭사패었으니 여자에게 들통난다. 주인공의 (개가 된) 형을 죽이고, 그가 짭사패임을 알아차린 여자는 남자를 신고하려고 한다. 남자는 '아무도 되고 싶어하지 않는 동물'이 될 뻔 했으나 여자를 죽이고 도망친다. 이 영화에서 크리피함을 더해주는 요소로 여자의 공이 컸던 것도 같다. (자살한 여자가 울부짖는데 멀뚱히 앉아서 차를 마신다던가)
그러고는 숲에 들어가서 살아가기 시작했으나, 숲은 아예 호텔의 반대다. 혼자 살아야만한다. 사랑을 하면 사랑을 하는대로 처벌이 내려진다. 하지만 주인공은 바깥에서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도시로 도망치기로 계획한다. 그 계획은 들통나고, 여자는 무리의 대장에 의해 실명하게 된다.
우스운 점은, 이 영화에서 짝이 없는 이들은 꾸준히 자신과 닮은 점을 가진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데 (쉽게 친해질 수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점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과연 남자는 자신의 눈도 도려내 눈을 멀게 했을까? 남자의 원래 짝이었던 여자도 근시였던 걸까. 그래서 여자에게 "그 남자는 안경을 써, 렌즈를 껴?" 라고 물었던 걸까. 다리를 저는 남자는 다리를 저는 여자를 만나지 못해 코피 흘리는 여자를 만나 자신도 코피를 흘리는 척 연기했다는 점도 우습다.
솔직히 오에스티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영화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음울하고 축축한 느낌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