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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

이베 2019. 4. 8. 00:02

 

 

2019.04.07 감상

 

 오늘 트위터에서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 짤이 돌길래, 봉준호 감독 영화가 보고 싶어져서 틀었다. 원래 <살인의 추억>을 볼까 했다가, <마더>를 안 보기도 했고, 2009년에 개봉했을 때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었어서. 봉준호 감독 정말 영화 잘 만든다. 그리고 한국적인 배경에서 훨씬 더 빛을 바라는 것 같음.

 

 아들은 지체장애라도 앓고 있는 건지, 나이를 먹을만큼 먹고는 아이처럼 군다. 그런 아들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애지중지, 눈 밖에 나는 걸 보질 못하는 어머니. <마더>는 제목만큼이나 '어머니'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어머니의 이름이 영화 내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데... 일종의 장치인 건가, 싶기도 하고. (모든 어머니의 모습이라는 느낌으로? 너무 많이 생각한 걸 수도 있음.) 그런 아들이 한 고등학생을 살해했다고 한다. 그럴 리가 없다, 우리 아들이... 로 시작하는 스릴러, 범죄, 추리물이라고 생각함.

 캐릭터들이 참 다 입체적이라고 생각했다. 진태라는 놈은 중간에 잠시 이 새끼, 괜찮은 새끼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음. 직후에 급히 아냐, 어찌됐든 이새끼도 망할 놈이다. 하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새끼가 망할 놈이라는 걸 꾸준히 상기 시켜줘서 다행이었음. 잘못하면 악역이 미화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김혜자님 연기. 어떡하냐? 진짜 연기 천재셨다. 톤이나 눈빛이나 그런 게 너무... 딕션도 좋았고. 바르르 떨면서 소리 지르고 싶은 걸 참고, 제 아들을 위해서 연기한다, 는 게 눈에 확 들어왔다. 목소리가 확 치솟았다가, 확 가라앉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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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정이라는 캐릭터도... 사실 돈이 없어서 몸을 팔아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여자, 라는 캐릭터는 정말 자주 쓰이는데, <마더>에서는 무작정 얘는 몸을 팔고 심지어 그걸 찍어두기까지 했으니! 죽을만 했지! 하는 식으로 비춰지지 않아서 좋았음.

사실 이게 2009년도 영화인데, 변호사가 룸살롱 가서 옆에 얘는 누구고! 쟤는 누굽니다! 으하학. 하는 장면이나, 몰카에, 미성년자 성판매... 같은 것들이 적나라하게 들어가있어서 놀랐다. 내가 머리가 좀 더 크고, 그런 것들이 뭔지 알고 나서 보니 굉장히 끔찍한 것들이 덤덤하게 들어가있다는 느낌...

 어머니의 행적을 우리들은 따라가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도준이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 참, 한 가지에 꽂히고, 그걸 맹신하면 시야가 좁아지지 않는가. 사실 범인이 아닐 거라고 외치며 진짜 범인을 찾아 헤매는 장면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결국 아들의 범행이 맞다는 진실을 눈 앞에 두고 제 손에도 피를 묻히는 장면이었다. 피를 닦으며 '나 어떡해, 엄마...'하는 대사는 무슨 일이 있었을 때 가장 먼저 제 어머니를 찾게 된다는 걸 연출하고 싶었던 건가, 생각하는데 참... 그 장면이 너무... 이후에 정팔이라는 남자가 범인이 분명하다며 잡혀오고, 면회를 하러 갔을 때 엄마가 안 계시다는 걸 듣고 펑펑 우는 장면도 어떤 기분일지 얼핏 알 것 같아서... 표현을 정말 잘했다는 생각만이 들었음.

 어머니는 한 번 놓아버리려고 했던 삶을 누덕누덕 끼워맞춰 이어나가는데, 그게 그렇게 집착하게 돼버릴 줄 아셨을까? 너를 먼저 먹여야, 내가 먹지...

 

 잘 만든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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