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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성년

이베 2019. 4. 15. 12:40

 

 

2019.04.14 감상

스포일러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개봉한 줄 몰랐다가 트위터에 포스터 도는 거 보고 어 뭐야 벌써 개봉했네! 하고 보러 갔다. 김윤석 감독(겸 배우? 배우 겸 감독?)의 첫 작품. 평이 엄청 좋다는 이야길 많이 들었고, 그래서 보러가기로 했다. 여성주연 영화. 포스터가 너무 치정극 느낌이 난다는 것에 동의하는 바임.

 

 주리와 윤아는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인데, 둘이 접점이 거의 없다. 완전 극과 극에 존재하는 학생 둘이라고 생각하면 됨. 그런데 주리의 아빠와, 윤아의 엄마가 바람이 나고...

 

 사실 이정도로 괜찮은 영화일 거라고는 기대치 않고 갔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되게 좋았던. 여고 다니는 두 학생도 좋고, (여고의 정경이 꽤 잘 담겨서 웃김) 미희와 영주는 마냥 꽃뱀, 매력없기에 바람난 남편을 둔 여자, 라는 느낌도 없다. 사실 제일 매력 없는 사람은 남편이다. 영주의 남편. 뭐 좀 좋은 회사에 다닌다곤 하지만... 영화 내에서 철저하게 찌질한 남성상으로 그려진다. 매력있어서 주변 여자들이 마구 매달리는 것도 아님. 그런 사람 아니야, 라곤 하지만 그런 사람이었던 남자.

 영화가 불륜을 소재로 했는데, 오히려 여성간의 연대나 우정이 더 드러나는 영화였다. 영주는 자기 남편과 바람이 난 미희를 (물론 자기 잘못도 좀 있지만) 병원에 데려다주고, 병원비를 내주고, (돌려받지만) 죽을 싸서 온다. 사실, 분노는 남편에게 향하고, 죄책감은 미희에게 향한 것 같았다. 영주는 결국 남편을 내치려 하는데, 재산을 정리할 때 서류들은 다 남편의 앞으로 되어있던 장면을 볼 때는 아, 이거 생각 많이 하셨네. 하는 생각이 들었던.

 그리고 불륜을 했다고 하면 미디어 속 그들의 자녀는 불쌍한.. 아무것도 모르는.. 이런 존재로 그려지기 쉬운데, (그럼 XX는 어떡해?! 이혼해?! 하는 풍.) 누구보다 빠르게 본인들의 부모가 불륜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그들의 자식들이었고, 그걸 덮으려는 사람과, 그냥 될대로 되던가, 하는 쪽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아예 정반대라고 생각되던 두 사람이 어쩌면 가장 비슷한 사람이었다는 느낌으로, 가까워지는 것도 좋았다.

 제목이 <미성년>인데, 윤아와 주리 위주로 영화가 꽤 많이 흘러가다보니, 아직 성인이 아닌 두 캐릭터의 모습이 잘 담겼었다. 학생을 무시하고, 가볍게 험담을 하는 선생님이나, 미성년자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막말하고 신고 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남자, 신분증이 없어서 무언가 할 수 없는 상황... 가끔은 감정의 기복이 크고, 급작스러운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온 어떤 캐릭터들보다 성숙한 모습들도 많이 보이곤 했다. 내가 책임진다던가,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던가.

 

 개인적으로 되게 잘 봤고, 김윤석은 연기를 잘하고 영화를 많이 (봤겠죠?) 봐서 그런가, 영화 연출도 잘 하는데? 싶더라. 감독이 영화 속에 들어가 연기하는 것만큼 의도가 잘 드러나는 게 없겠지, 하는 느낌. 이런 식으로, 생각을 많이 한, 좋은 영화를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 어디서 들었는데 남편의 연기를 맡고 싶어하는 이가 없어 본인이 직접했다고... 좀 부끄러운 줄 알았음 함. 얼마나 좋은 영환데. (물론 남캐들은 저기 어디 길가에 굴러다니는 중년 남성들의 표본들이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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