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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 슬로운

이베 2018. 7. 2. 14:25



 여성주의 영화라는 평을 좀 들어서 봤다. 할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봤는데 로비스트, 법정싸움… 꽤 머리 쓰는 이야기였고 재밌었다. 이런 이야기 좋아하니까.


 사실 약간 집중력이 떨어져서 드문드문 못 본 장면이 있긴 하지만, 일단 봤으니 후기 쓰는 느낌으로다가.

 최근에는 꽤 여성주의, 여성캐릭터가 주요가 되는 작품을 많이 보는 편이다 (특히 영화는) 미스 슬로운은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미스 슬로운'이다. 미국 워싱턴에서 제일가는 로비스트인 슬로운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마저 그녀의 속셈을 제대로 모를 수준으로 판을 크게 짜두고 일한다. 커리어를 쌓고, 승승장구하던 슬로운은 실은 '자신의 신념에 맞는 일'만 하는데, 총기 법 규제를 느슨하게 하는 (내가 지금 제대로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것에 대해 여성들의 지지율을 높여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슬로운은 그 법안에 반대해서 그 의뢰를 거절하고, 시민단체의 일을 돕게 된다.

 …로 시작하는 이야기다. 슬로운이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신념이 확실하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포기할 수 있는 야망찬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일을 빡빡하게 하고, 동료들의 뒷통수까지 치는 수준이라 뭔가 좋은 상사/동료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은근히 인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까빠가 많은 타입인가? 싶기도 하다. 극 중 가장 똑똑한 캐릭터인 것도 좋다. 거기다가 여성이다. 임파워링 되고, 여성의 롤모델이 되기에 딱 좋다는 것이다.

 법정싸움과 의뢰를 번갈아가며 스토리를 진행한다. 뒤집어 엎을 것인가, 아니면 감옥에 갇힐 것인가, 의뢰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느낌으로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당연하게도 한계점이 존재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굳이 이 설정을 넣었어야만 했는가, 하는 점이 존재한다는 것에서? 이 쯤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을 것 같다. 접지는 않는다.

 의문점이 드는 건, 진짜 이걸 넣어야했는가 싶었던 건 슬로운의 매춘이다. 슬로운이 매춘을 한다는 게 아니고, 산다는 뜻이다. 남자를 사서 '자신이 놓아준 평범한 삶을 느껴보려'한다는데, 섹스가 평범한 삶인가? 남성과의 섹스가 평범한 삶의 일부인가? 사랑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랑을 하는 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한 성관계를 원하는 이유가 '평범한 삶'을 위해서?

 또, 이 매춘남은 겁나 스윗가이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서 슬로운을 감싸준다. 약간 그렇군요, 싸가지 없는 앤 줄 알았는데, 하는 마음이 됐다. 심지어 슬로운은 자주 부르던 매춘남이 오지 않고 저 스윗가이 (ㅋㅋ) 매춘남이 오자, 그 전의 남자는 어디로 갔냐고 묻는다. 걱정하기까지 하는 듯 하다. 새로온 매춘남은 닥치고 일하면 되는데 자꾸 입을 턴다. 나중에는 슬로운이 그 누구한테도 보여주지 않는 약한 모습을 매춘남에게 얼핏 비추는 듯 하다. 이게 대체 뭔


 뭐 그렇다고 해서 싫다는 건 아니다. 갑자기 발 빼냐고 물으시면 할 말 없지만 재밌게 보긴 했으니까요!!! 죄다 슬로운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게 좋았던.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해서 일을 하는 여성의 모습... 물론 아주 건강한 삶의 방식은 아니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수없이 많은 자신을 버려가며 일하는 남성서사에 대항할 만한 작품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꽤 여성캐릭터가 많이 나온다. 주요 인물들이 거진 다 여성이었던 것 같다. 에스미라는 캐릭터에게는 약간 안타까움을 표하고 싶으나 에스미는 어떻게 생각할까? 고마울까? 아님 진짜 개빡쳐할까? 복합적인 감정이 밀어닥칠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 믿는 점은 에스미는 뭐가 어떻게 되든 계속해서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갈 거라는 것.


 정치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할 것 같다. 약간… 결이 다른 것 같다만 How to get away with murder 도 생각난듯. 트위터 서칭해보니까 허스토리에 모 캐릭터를 보며 슬로운이 생각났다는 분들도 계시더라. 허스토리도 얼른 보고 오겠다. (휴지를 챙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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