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왓챠에 별점 1.0 줬더라.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스릴러나 미스테를 사랑한다. 모럴 버리고 등장인물이 힘들어 한다든가, 고통스러워 한다든가, 그런 거 좋아한다. (근데 너무 버리면 안 됨. 지켜야 하는 선이 있는 겁니다.) 아포칼립스, 멘붕물… 잘 본다. 잘 보고 좋아한다. 그래서 아마 이게 참 재밌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 너무 큰 오산이었다.

 타고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주인공은 온갖 냄새를 맡고, 구분할 수 있다. 아름다운 여성의 체취를 묶어두고 싶어하다가 조향사가 되는 이야기라고 해야하나. 천상의 향 (?) 같은 걸 만들기 위해서는 13번째의 재료인가가 필요한데, 그 천상의 향인지 뭔지를 만들려고 온갖 아름다운 여성을 죽이고 그녀들의 체취를 수집하는 내용이다. 엔딩이 정말 장관이다. 개빡쳤다.

 18세기 프랑스 배경인데,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주인공이 가끔 가다가 좋은 집 딸을 죽이기는 하지만 보통은 다 평범하게 서민층의 여성을 타겟으로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매춘부까지 산다. 그쯤 되면 그들에게 정말 좋은 체취가 날까? 아니 오히려 좋은 집 아들내미들이 더 좋은 냄새가 날 거다. 매일 샤워하고, 좋은 옷을 입는 애들이 당연히 더 좋은 체취가 나겠지!!! 좋은 체취를 수집한다는 건 핑계 아닌가? 모든 피해 여성이 아름다운 여성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건 아름다운 여성은 체취가 좋을 거라는 건지 아님 체취가 좋은 사람이 아름답지 않을 리가 없다는 건지 이해하고 싶지가 않다. 그냥~ 체취가 좋으면 되는 거라면 남성은 왜 안 되는가? 향에 미치고 무언가 하나에 미친 싸이코패스의 어쩌구…는 개뿔 이건 그냥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마다. 피해 여성에게 성폭행을 한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괜찮은 게 아니라고. 아니면 뭐 남성들은 다 냄새가 좋지 않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나요?

 뭐 가끔 이렇게 싸이코패스 드라마 영화 작품 등을 그리는 사람들 중에서는 자신이 모럴을 버렸는지 이게 빻았는지 모르고 그리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니까 그냥 그런 류의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보자. 엔딩은 어떤가?

 후반부에 접어들었을 때에는 정말 화면을 꺼버릴까 하는 충동에 휩싸였다. 2시간 반짜리 영화였는데 2시간을 봤을 때였다. 아 진짜 재밌는 줄 알았는데! 하고 분노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나 이게 아 쓰발 꿈일까 싶어서 끝까지 보기로 했는데 결국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 머리를 쥐어싸고 분노에 차있었다. 엔딩을 주인공이 자신의 체취가 없음에 대한 허망과…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뭐 이런 걸로 해석하는 것도 봤는데 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엔딩이었다. 그쯤 되면 그건 향수가 아니라 마약이다. 마약으로 분류해서 국가에서 막았어야만 했다.

 그리고 주인공이 거친 이(주인공이 밑에서 일을 했다든가, 보살핌을 받았다든가)들은 돈을 손에 쥐기만 하고 죽어버렸다! 이런 식으로 연출 했던데, 이건 무엇에 대한 연출이었을까? 사람을 돈으로 사는 사람들에 대한 저격같은 거라고 친다면 향기에 미쳐서 여성들을 줄줄히 살해하는 놈도 정상은 아닌데 어떻게 생각하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