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볼까 하다가, 불매를 하기로 해서 친구와 다른 영화라도 보자 하고 둘러보다가 재밌어보여서 보러갔다. 포스터가 맛깔나게 뽑혀서 호감이었음.
보러 가기 전날 지인분들을 저녁에 뵀는데, 보러 간다고 말했더니 그거 평점이… 하고 말씀하셨고, 보러 가기 전에 가볍게 트위터에 서칭했더니 호불호가 엄청 갈렸다. 약간불안했으나 사실 완전 별로인 영화여도 얘기할 거리는 많아서 괜찮다는 마음으로 보러 갔음.
일단 재밌었냐 어땠냐고 묻는다면 재밌었는데, 공포감은 덜했다. 공포영화로 보러 가실 분들께는 비추천. 왜 재밌냐고 말하느냐면… 너무 스포라서 접어둔 부분에서 얘기해보겠습니다. 무섭다! 하고 스릴감 넘치는 장면은 한 장면 정도 있었고, 갑툭튀는 두 번정도? 이 영화에서 트루스 오어 데어? 하고 물을 때 애들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빵끘하고 웃는데 이게 처음 나올 때는 기괴해보이다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니까 나중엔 익숙해져서 흠... 하게 됨.
스토리는 올리비아라는 여주인공이 봄방학동안 봉사를 하려고 했는데 절친들이 마지막 봄방학을 이렇게 보낼 수 없다! 멕시코에 가서 불타는 홀리데이를 보내고 오자! 하고 설득해서 에휴 그래, 하고 다녀오는 걸로 시작한다. 멕시코에서 놀다가 올리비아는 카터라는 남자를 만나고, 파티가 파하고 어떡할지 고민하다가 카터가 인적 드문 수도원으로 그들을 데려간다. 올리비아가 카터에게 호감이 있어서인지, 카터가 하자는대로 하고, 자신의 친구들을 계속 설득한다. 카터와 놀자고. 그래서 그 허름하고 음습한 수도원에서 술을 마시다가 트루스 오어 데어 게임을 하게 된다. 평범하게 게임을 하고, 올리비아의 베프 마키와의 우정에 묘하게 금이 가려던 찰나, 카터는 '이 게임은 살아있어, 너희를 따라 다닐거야. 내가 살려면 어쩔 수 없었어.' 하고 말한다.
…이후 게임은 계속해서 그들을 따라다니고, 진실을 선택하고 거짓을 말하면 죽고, 도전을 선택하고 도전을 피해도 죽는다. 그렇게 많은 친구들이 죽어가는데… 하는 스토리.
아래부터는 스포일러 + 웃긴 점, 어이없는 점, 괜찮았던 점을 적어보려 한다.
일단 마키의 감정선이 전혀 이해되지 않음. 올리비아는 마키가 그녀의 남자친구인 루카스를 두고 바람을 피는 걸 알고 있지만 (약간 습관성으로 바람피는 듯) 그걸 비밀로 해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트루스 오어 데어로 진실을 말하라고 하는 바람에 그걸 도서관에서 (루카스와 마키가 있던) 외쳐버리고, 루카스도 올리비아한테 화내고 마키도 올리비아한테 화냄; 니네 둘이서 해결할 일을 왜 올리비아한테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고… 트루스 오어 데어 게임 진짜라고, 믿어달라고 루카스한테 애원했더니 '내게 계속 거짓말하던 네 말을 믿을 수 없어!' 함. 미안한데 걔는 선의의 거짓말이었고 진짜 거짓말 한 건 마키거든. 화낼 사람 열라 잘못 잡음.
그리고 루카스의 첫번째 진실인 '올리비아를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다.'는 트루스 오어 데어로 마키와 올리비아 루카스의 관계를 삼각관계로 만드는 듯 했는데, 나중에 트루스 오어 데어가 시켜서 한 올리비아와 루카스의 섹스시간에 '올리비아를 좋아하지만 사랑하는 건 마키야'라고 말하는 것도 진짜 이해 안 됨 (제가 잘못 본 거라면 댓글 달아주세요) 그럴거면 대체 왜 올리비아를 흔드는건대홍대 < 이 부분에서 진짜 웃겨가지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없어서 ? 하는데 옆에서 친구가 너무 괴롭게 웃길래 나도 어이 없어서 웃음 참느라 죽는 줄 알았음
올리비아는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고, 그걸 마키에게 말했다가는 마키가 자살할 거라고 (진짜 이렇게 말함) 말 못 한다고, 진실을 택하면 그걸 말하게 시킬 게 분명하니까 도전을 고른다는 식으로 나오는데 옘병 트루스 오어 데어 물어서 '도전' 했더니 '마키에게 너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말해.'라고 시킴 아니 그럴거면 도전이랑 진실이랑 나눠둔 이유가 뭐임; 마키가 '진실'을 택했을 때 '아빠가 자살할 때 썼던 권총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뭐야?'라고 물어서 답했더니 '그럼 그걸 가져와.'라고 시킨다. 이럴거면 대체 왜 진실과 도전을 나눠둔거임 지멋대로 할 거면서
올리비아가 마키에게 말하지 못하던 비밀도 좀 어이 없다. 올리비아는 마키를 만나러 마키네 집에 갔는데, 마키의 아버지만이 집에 있었다. 근데 그 아빠라는 자식이 올리비아한테 추근덕대고 성추행을 해서, 올리비아는 강하게 저항한다. 마키의 아빠는 미안하다고, 자기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고 올리비아는 이걸 마키에게 말하겠다고 한다. 그걸 듣고는 말하면 죽어버리겠다고 했고, 이후 진짜로 자살했다는 얘기였다. 아빠를 아무리 사랑해도 친구한테 몹쓸짓했다고 하면 아빠에게 빡쳐야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어떻게 그걸 숨길 수 있냐고 마키는 화를 낸다. 감독이 남자다. 알겠다.
물론 이후에 아빠는 원래 죽겠다고 자주 말했다고, 네 잘못은 아닐 거라고 말한다. 흠 그래요~
트루스 오어 데어를 묻는 게 환각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는데 진짜 사방팔방 아무데서나 아무나 와서 물어서 시체도 막 일어나고 마키가 자주 보는 아빠의 영상에서 갑자기 아빠가 움직여서 트루스 오어 데어? 한다. 영상이 바뀔 때부터 에이 설마, 하고 생각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음.
극 후반부의 진행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카터를 데려와서 봉인시키게 하려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봉인의식을 할 때 루카스가 트루스 오어 데어를 받고 도전을 선택해서 올리비아와 마키 둘 중 하나를 죽이라고 들었을 때 거부하고 죽기를 선택하는데 마키가 그가 죽지 않게 하려고 발버둥친다. 그래,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총으로 죽으려니까 안됐고, 악마는 '너희는 상관없지만 루카스는 도전을 택하고 행하지 않았으니 죽어야지.'라고 말하며 카터의 칼을 빼앗으려고 하는데 칼만 뺐으면 되지 카터를 죽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악마 새끼 남들한테는 룰 지키라고 난리 쳐놓고 지는 걍 무법자임
카터는 죽고, 올리비아가 머리를 잘 써서 마키의 몸에 악마를 잡아둬서 악마에게도 트루스 오어 데어를 묻는 건 좋네, 하고 생각했다. 악마가 '나는 이 게임에 참여하지 않아.'라고 말하고 올리비아가 '지명 당하면 꼭 해야한다며! 네 룰이잖아!'하는 식으로 말했더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악마가 잠시 생각하고 '흠 맞말인데..?' "진실."하는 반응 진짜 웃겼음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이 게임을 끝날 방법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 아.. 그렇..구나... 올리비아와 마키만 남았으니 둘이 죽든가, 아님 새로 게임을 할 사람을 구하라고 해서 엔딩… 카터도 그 때문에 올리비아를 끌어들이는 거였지만.
엔딩에서 정말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 않을까 싶다. 꾸준히 썼으나 나는 스릴러/살인게임 류의 창작물을 엄청 많이 접하는 편이다. (좋아해서) 그래서 그런가 엔딩이 참 묘했음. 올리비아가 작중 초반부터 유튜브를 하고 있다는 건 계속 암시했는데, 영상을 찍어서 그 영상을 본 모든 사람들과 트루스 오어 데어 게임을 한다… 로 끝나는 엔딩. 인터넷 글인가 어디선가 이 비슷한 엔딩을 본 적이 있는데 (죄송합니다, 이 글을 본 당신들도… 하는 엔딩) 그래서 그런가 좀 더 엥? 한 듯. 사람 머리가 다 거기서 거기이므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엔딩에 맥이 빠지긴 한다. (친구는 그 영상 유튜브에서 보면 안되는 금지영상 8 이런 거에 들어갈거라고 말했는데 너무 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차라리 봉인하고 다시는 그런 게임을 하지 않기로 하고, 마키와 올리비아가 서로를 보듬어주고 죽은 친구들을 추모하는 엔딩이나, 그렇게 평화로운 화면 보여주다가 누군가가 다시 그 항아리를 깨는 엔딩인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뭐 70억명정도 보면 자기 차례 돌아올 때까지 한참 걸리긴 하겠지만.
좋았던 걸 좀 써보려고 뭐가 있었는지 생각을 해보고 있다. 떡밥은 은은하게 뿌려지고 있었다. 악마의 질문이나 도전은 그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에 치중되어 있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너의 사회적 평판과 목숨을 고르라거나, 극단적이게 되어갈 수록 남의 목숨과 자신의 목숨을 저울질하게 한다.
초반부 트루스 오어 데어 게임이 시작되고 (진짜 게임) 올리비아가 받은 질문으로 '외계인이 내려와 우리를 다 죽이고, 세상 모든 이들을 살리는 것과 멕시코인들을 다 죽이고 우리만 살리는 것 중 뭘 선택하겠냐고 물으면 어떡할거냐'고 묻는다. 친구들은 이상한 질문을 한다고 하지만 극 중 올리비아는 도덕심이 엄청 좋은 사람이고, 희생정신이 투철한 사람으로 나온다. 올리비아는 '너희를 사랑하지만 멕시코인들을 전부 죽일 수는 없잖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엔딩 부분의 그녀의 선택은 정 반대임. 스스로와 친구 하나를 살리기 위해 전세계인들에게 칼을 들이민다.
많은 창작물에서 사용되는 '나를 희생해서 모든 사람들을 살린다'라는 소재는 시간이 지날 수록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라는 시선이 많아지면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케빈 인 더 우즈의 엔딩도 우리가 살지 못할 세상따위 그냥 다 망해버려라, 하는 느낌으로 끝나서 비슷한가? 하는 생각을 들게 했으나 케빈 인 더 우즈에서 느낀 '내가 죽을 거라면 다같이 죽자'라는 메세지에서 느낀 비꼬기와 호탕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좀 아쉬웠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