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스터디용 책. 책을 한참 안 읽다가 요즘 좀 자주 읽다 보니까 책 읽는 속도가 붙었다. 1일까지 읽고 감상문을 올려야하는데 다 읽어버려서 잊기 전에 기록하기.

 아마 발간 되었을 때인가? 서점에 갔다가 한 번 힐끗 본 적 있었다. 편의점 인간이라니 어떤 인간일까 하는 생각이었고, 잠시 휘리릭 넘겨봤을 때 문체가 담담하고 깔끔한 게 마음에 들었다. 군더더기 없는 사람이 말하는 투의 문체였다. 그래서 그 이후에 읽어봐야지, 하다가 드디어 읽었다.

 주인공은 여자인데, 사실 초반에는 여자라고 생각치 못하다가 읽다가 여자인 걸 깨달았다. 30대의 여성, 남들이 가진 것들 중 '정상으로 취급 받을 수 있는 것'이 결여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남들을 따라 하면서 '정상'이 되려고 하는 사람. 소시오패스나 싸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감정적인 결여가 되어있는 사람 같았다.

 주인공은 편의점 알바를 18년인가 동안 하고 있는데, 이건 작가의 경험의 일부라고 한다. 자신도 그렇게 편의점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다고 한다. 쨌든, 주인공이 편의점에서 그렇게 계속 일을 하는 이유는 메뉴얼이 정해져있고, 편의점은 각이 잡힌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곳이라 그 컨베이어 벨트 같은 곳에 몸을 맡기면 정상의 범주 안에 어느정도 들어갈 수 있는 것과, 감정을 배제하고 일을 열심히 하면 그 편의점에서 '쓸모있는 부품'이 될 수 있는 게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주인공의 성격, 말투, 취향은 편의점 사람들을 따라 가고.

 주인공이 좀 더 어릴 때는, 남들을 따라 하고 웃고, 짜증내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인들의 안심을 사고는 했는데 조금 더 크니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기로 했고, 그러자 가족들은 모두 기뻐했다고 한다. 정상의 범주에 들어가고 있음을 기뻐한 거다. 하지만 나이를 더 먹자 애인 하나 없고, 결혼을 할 생각도 없는데, 취업을 하는 것도 아닌 그녀를 다시 또 정상이 아닌 취급한다. 주인공은 또, 스스로가 뭘 해야할지 고민한다.

 그러다가 편의점 새로운 알바생으로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남자가 들어온다. 그 남자는 사회는 썩었다고, 모두가 자기들이 생각하는 정상인이 아니면 배제시킨다고 말한다. 이 세상은 구석기시대 (맞나) 에서 변한 게 없다고. 강하고 잘생긴 남자는 예쁜 여자를 얻는다고. 근데 참고로 이 남자와 주인공의 생각은 비슷한듯 비슷하지 않다. 왜냐하면 여자는 별로 그런 것에 대해 분노하지도 않기 때문에…. 남자는 개쓰레기지만 (편의점에 괜찮은 여자를 찾으려고 결혼활동을 하러 왔다가 별로 얻는 게 없으니까 급기야 손님을 스토킹함.) 주인공은 그런 남자와 자신의 이해관계가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로의 연인인 척 하며 정상인인 척 하려고 하고 어쩌고… 그러다가 주인공의 생활이 무너지고 주인공은 자신은 '편의점 인간'일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엔딩을 맞는다.

 정상인의 삶이란 뭘까? 우리는 흔히들 말하는 정상적인 삶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살면서 수없이 많이 들어왔으니까.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그러다가 애인도 생기고, 대학을 졸업하고, 알바를 해보다가, 취업을 하고, 우정을 쌓고 사랑을 하고,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는 삶이 보통 생각하는 '평범한 삶'이다. 요즘에야 그런 게 많이 허물어졌지만 여전히 남아있지 않나. 주인공은 그렇지 못해서, 그런 삶을 살지 않았기에 정상인이란 취급을 받지 못했고, 그렇게 살아가야만 한다고 주변에서 말했기에 그렇게 살아가려고 했다.

 희노애락 없이 그런 식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겉으로 그런 척 하려고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정말로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가 차곡차곡 완성 되어가는 물건의 모습 같다. 그렇지만 과연 그런 주인공을 보고 우리가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도 똑같이 살고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