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야미스 장르의 소설책. 마리 유키코라는 작가가 이야미스의 선두주자라고 한다. 이야미스는 이야(いや)+미스테리 라는 뜻이라고 한다. 읽고 나면 기분이 나빠지는? 이상한? 께름칙한? 장르라고. 전작에 비해서 가벼운 느낌의 이야미스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아주 재밌고 금방 읽었다. 께름칙하고 묵직하다기보다는 조금 기괴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냥 재밌다는 느낌.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장르를 너무 좋아해서, 간만에 와 이거 정말 재밌다! 한 소설이었다.
이야기는… 오타쿠질 좀 했다 하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만한 내용이었다. 70년대에 소녀들을 열광 시켰던 순정만화의 팬클럽이 몇십년이 지난 후에도 유지되고 있고, 그 팬클럽의 간부 6명의 이야기인데, 오타쿠판의 눈치싸움이니 덕질이니 모임이니 하는 모습을 잘 그려냈다. 팬들의 바람대로 스토리가 흘러가지 않아서 팬덤 내의 싸움이나 작가에게 왜 그러냐고 묻는 식의 모습도 (…)
초반에는 이 간부회에서 일어나는 기싸움의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다. 약간 트위터에 한창 핫했던 '후죠 백합 만화'를 읽으면서 아, 이 이야기… 집착과 갈등이 일어나는 대환장 파티이겠다! 하는 불안한 기운이 이 책의 초반에도 똑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곧이어 돈, 폭력, 비밀… 내가 속해있는 동인계보다 더 깊고 무거운 일들이 일어난다. 연령대가 4~50대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가정이 있고, 가정에 쓰레기가 있고, 직업, 돈, 어쩌구 하는 게 더 많이 관련되는 느낌) 그러다가 간부진 중 한 사람이 죽게 되고, 이후에 줄줄히 죽어나가면서 급작스레 미스테리가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인이 존재하는 건지, 아니면 사고의 연속인지 알 수 없어진다.
<갱년기 소녀>는 챕터마다 각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이루어진다. 모임에 나온 그들 (에밀리, 지젤, 마그리트, 가브리엘, 미레유, 실비아)은 모임에서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모임에서는 어떻게든 잘 사는 모습을, 또는 동정심을 살 수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지만 현실은 다들 엉망진창이다. 가정폭력, 도박빚, 부모, 자식…. 그들에게 이 모임은 도피처다. 캐릭터들의 심리가 엉망이 되면 하는 말도 엉망이 된다. 혼란스러운 글들의 연속이지만 읽히기는 잘 읽힌다. 환상, 환영, 고통, 도피….
위에도 말했듯이 이야기는 참 재밌다. 동인계, 중년여성의 삶, 그런 삶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사회의 모습, 연정, 질투, 시기, 금전적 문제, 잘 사는 척 하는 모습, 주변의 상황에 따라 바뀌는 인물… 이것들만 있었다면 그냥 중년 여성들의 오타쿠질 그리고 그걸 그린 소설정도로 끝날 수 있었겠지만 갑자기 피가 낭자하면서 미스테리, 또는 스릴러의 길로 흐른다. <푸른 눈동자의 잔>의 근처를 빙빙 돌면서.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자친구 (0) | 2018.06.21 |
---|---|
양성평등을 반대한다 (0) | 2018.06.11 |
편의점 인간 (0) | 2018.05.28 |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0) | 2018.05.24 |
마녀와 성녀 (0) | 2018.05.24 |
- Total
- Today
- Yesterday
- 액션
- 영화
- 여성캐릭터
- 여성주연
- 판타지
- 코미디
- 아포칼립스
- 애니메이션
- 슬래셔
- 추리
- 이야미스
- 페미니즘
- SF
- 일본
- 드라마
- 루프물
- 범죄
- 책
- 여성주의
- 소설원작
- 구병모
- 여성서사
- 블룸하우스
- 좀비
- 음악
- 넷플릭스
- 넷플릭스오리지널
- 스릴러
- 공포
- 미스테리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