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가 너무 없어서 사진이 작다. 페미니즘 서적 읽기의 일환으로 읽음. 다음은 뭘 읽을지 고민중이다 백래쉬를 읽어볼 생각인데 이북이 있을까? 거의 지하철에서만 책을 읽는 내게 너무 무겁고 크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다룬 책이었다. 안티 페미니스트들 중에 자신들은 여성주의가 아니라 양성평등을 위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실은 양성평등이라는 단어 자체가 퀴어 배제적이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해줄 수 있는 건가 하는 마음으로 집어들었는데, 양성평등을 반대하는 것 외에도 퀴어범죄학 (음란과 폭력에 대해), 미성년자 의제강간, 2000년대 이후 한국의 페미니즘, 한국 개신교에서의 동성애 반대 등의 이야기를 다룬다. 읽는 내내 재밌었음! 특히나 재밌었던 부분은 미성년자 의제강간 파트였다. (이렇게 말하니까 이상함) 청소년 인권에 대한 궁금증(권리와 의무 사이의 무언가, 특히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부분)이 풀렸고 의제강간의 문제점에 대한 지식도 알아가게 됨.
아 이거구나! 싶었던 부분을 찍어서 트위터에 올려뒀었는데 트청 돌려서 날아가버렸음;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번호를 붙여가며 조금씩 얘기해보려고 한다.
1. 양성평등을 반대한다.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여성주의는 양성평등이 아니다.'라고 밝힌다. 한국에서 '양성평등'이라는 단어가 논리 자체의 모순인지를 말하고 있다. 흑흑 역시 이것저것 찍어두었어야 했는데 사라진 게 너무 불편하다.
책의 뒷표지에 '양성평등 담론에 대한 비판은 남성/여성의 범주와 개념자체의 허구성을 밝힘으로써 개인이 좀 더 젠더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업이고. 동시에 성적 소수자로 불리는 이들의 존재와 투쟁을 분석함으로써 기존의 젠더 개념을 해체하고 재구성하고자 한다. 이성애 제도가 가부장제의 전제임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성적 소수자 억압은 물론 젠더 문제도 풀 수 없다.' 고 적혀있다. (들어가는 글)
'양성'이란 건 어떤 기준으로 나뉘어지며, 그게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 사람이 만든 규칙에 불과하다는 것인지를 말한다. 흔히들 말하는 '생물학적 성별'이라는 것도 얼마나 허상적인지 말하며 인터섹스의 예시를 든다. 다양하고 많은, 그리고 꽤 높은 확률로 인터섹스일 수 있다는 점과, 죽을 때까지 모를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는데 읽고 나서 정말 부질 없는 분류였군,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성애, 가부장적 사회에서 '퀴어'라는 존재 자체가 그 가부장을 깰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말도 굉장히 힘이 됐다.
책을 뒤적거리며 기제해두면 좋을 부분을 찾고 있다. '양성평등은 여성주의의 덫이다. 여성주의의 목적 중 하나는 사회 정의로서 성차별을 철폐(완화)하는 것이지, 남녀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역사도 역지만, 집단과 집단이 평등해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성평등 담론의 근복적인 문제는 남성의 성 역할과 여성의 성 역할 위계를 비판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성을 기준으로 한 논리라는 데 있다. (...) 같은 맥락에서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과 같아지는 것은, 사회적 지위의 추락이나 동성애자가 되는 것, 못난 남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 젠더가 작동하는 근본 구조는 변함없는 상태에서, 자유주의 차원의 평등은 남성애게는 오해와 반발만을, 여성에게는 허울뿐인 평등을 약속할 뿐이다.'
여성의 이중 노동을 이야기 하며 가사 노동은 '노동'으로 생각치 않는 상황도 이야기 한다. 여성 사회 진출 자체가 '여성 상위'로 받아들여지는 것부터가 여성을 집 안에만 가두려고 하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여성은 사회에 나왔지만 꾸밈노동, 이중노동(직장과 가사), 비정규직의 여성화, 임금격차 등을 아직 겪고 있는데 말이다.
이 파트에서는 음란이 폭력이 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음란, 공공성, 그것이 폭력과 범죄로 다루어지고, 그 행위가 옳고 그름의 판단이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어떻게 구성하며 LGBTQ+ 맥락에서 어떤 의미가 되는지를 다룬다. 솔직한 말로 저 '사건'은 크게 다뤄지는 감이 없다. 이성애자의 성애, 또는 음란과 퀴어의 성애, 음란이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는지를 다룬다.
'무엇을 음란 행위로 보고 '건전한 사회 통념'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음란 행위는 심각한 폭력이 될 수도 있고 범죄가 될 수도 있고 아무 일이 아닌 것처럼 취급될 수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장발을 단속하던 시기엔 남성으로 인지되는 사람의 장발이 경찰의 단속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혹은 전직 국회의장의 명백한 성추행/성폭력 사건은 실제 판결과 무관하게 단순 해프닝 취급되면서 000 전 지검장의 행위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폭력이자 범죄가 되고, 성/폭력이 단순 해프닝이나 음란 행위로 해석되는 것은 폭력에는 관대하고 음란에는 엄격한 한국 사회의 태도를 반영한다.'
3. 미성년자 의제강간, 무엇을 보호하는가
(미성년자와 성인으로 기제하겠습니다.)
한국의 의제강간 기준은 13세이다. 아니 솔직히 말이 되나? 13세라니. 그 나이쯤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성인과 스스로 원하는 섹스가 가능한가? 아니 미성년자는 문제가 아니다. 그 미성년자와 섹스를 원하는 성인이 못났지 않냐.
이 파트에서는 미성년자 의제강간의 연령이 13세인 것도 문제삼지만, '성적 자기 결정권'이나, 섹스를 하고 싶어할 수 있고, 신체적으로 발달했고, 자신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의제강간의 연령은 13세까지 정해놓고, 막상 선거권이나 성인의 권리를 행할 수 있는 나이는 19세라는 점을 지적한다. 읽으면서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의제강간법은 누굴 보호하는 건가? 정말로 미성년자를 보호하는가? 성인들이 편한 기준을 만들어둔 것이 아닌가?
또한 흥미로웠던 부분은 미성년자와 성인간의 성관계를 젠더 문제로 보아야한다는 점이었다. 성인 여성이 미성년자 남성과 성관계 하는 경우도 있고, 성인 남성이 미성년자 여성과 성관계하는 경우도 있다는 거 안다. (여자도 남자 청소년이랑 섹스하잖아요 라고 생각할까봐 미리 말해둠) 책에서는 이런 예시를 든다. 성인 남성과 미성년자 여성의 성관계에서 미성년자 여성이 임신을 했다고 치자, 그 때 성인 남성은 여성에게 내가 네 인생을 책입지겠다, 는 식으로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왠지 괜찮아 보인다. 책임감 있어 보이고, 진짜 사랑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나? (약간 비약해서 적은 것도 있음) 그렇지만 만약 성인 여성과 미성년자 남성 간의 관계에서 성인 여성이 임신을 했다고 치자, 그럼 그 성인 여성이 내가 네 인생을 책임 지겠다. 같이 살자! 라고 말하는가? 아니, 말한다고 해도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까? (이 파트에서 실제로 중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성인의 사건을 예로 드는데, 남성은 14세 여성과 결혼 약속을 했다는 이유로 가벼운 징계를 받고 3개월만에 복직했다. 여성은 해임되었고 인터넷 상에서 신상이 밝혀지고 했다.) 이런 걸 보면, 절대 연령만의 문제가 아니고 젠더 문제로 보아야한다는 이야기였다.
'성인과 미성년자는 모두 성 중립적인 존재로 가정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르면 여교사와 남교사는 나이와 지위라는 위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며, 여중생과 남중생은 모두 성적으로 취약한 집단이다. 하지만 나이와 지위에 젠더 변수를 더하면 어떨까? 여기에서부터는 문제가 좀 복잡해진다. 소녀들의 성적 호기심은 억압과 금기의 자장 속에서 자신들만의 하위 문화를 만드는 데로 나아가고 있고, 소년들은 페니스의 변화와 힘에 도취되도록 추동하는 포르노에 광범위하게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미성년자 의제강간법은 소녀와 소년이 경험하는 현실적 차이와는 무관하게 성별 중립적인 기준을 통해 특정 연령 이하의 소년/소녀들을 모두 순진한 천사이자 잠재적인 피해자로 만든다. 여자와 아이라는 성적 타자의 범주에는 미성년자 의제강간이라는 법적 렌즈에서는 아이로 표준화된다.'
적다가 너무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뒷쪽 두 파트는 간략하게만 적어보려고 한다.
4번째 파트는 2000년대 이후 촛불집회에서 시작된 여성의 운동, 시위에서부터 메갈리아까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러링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있고. 약간 '남혐'이 가능치 않은 이유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알고 있는 이야기 반, 잘 모르던 이야기 반. 어찌 됐든 과거에 목소리를 낸 여성들이 있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5번째 파트인 한국 개신교의 동성애 반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은 종교적인 이유보다는 정치적인 이유가 더 많다는 이야기를 한다. 조목조목 그들이 이래서 동성애는 안됩니다~ 라고 말하는 이유들을 까기도 하고, 정치적인 흐름에 따른 이야기를 한다. 그냥 약간 중세시대 마녀사냥의 존재로 동성애자들이 지목 된 느낌인 것 같은데 아 진짜 인생 그렇게 할 일 없나 좀 스스로의 인생에 힘을 줬으면 좋겠다...
너무 구구절절 적어버렸다 과연 다 읽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수준이지만 원래 누구 보여주려고 적는 건 아니니까 상관 없다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