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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S1~2

이베 2018. 7. 17. 11:56


 그냥 심심풀이 타임킬링용으로 본 드라마인데, 연달아서 시즌1,2를 호로록 봐버린 김에 후기도 써봄. S6까지 있어서 아마 다 보는 데에 한참 걸릴 것 같으나 S1,2를 며칠만에 봐버린 걸 보면 그건 또 아닐지도 모른다.


 <섹스 앤 더 시티>. 제목을 수없이 많이 들어본 드라마다. 뉴욕 여성의 삶에 대한 동경심 같은 걸 심어주는 드라마나 뭐나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제목때문에 진짜 그냥 섹스를 많이 하는 드라마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주인공 캐리가 쓰는 섹스 칼럼의 이름이 섹스 앤 더 시티였다. 드라마에 섹스 얘기가 많이 나오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매 화 나옴.


 밀레니엄을 앞에 두고 만들어지기 시작한 드라마이고, 거의 2000년대 초를 풍미했던 드라마라고 알고 있다. 내가 페미니즘을 시작하기 이전에 이 드라마를 보지 못해서 만약 그때 봤다면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으나, 현재의 내가 보기에는 꽤 재밌는 부분이 많았다. 여기 나오는 주연 4명은 꽤 다양한 캐릭터성을 갖고 있는데 (현실에서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가 완전 짱친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캐리는 섹스 칼럼리스트이고, 원나잇도 하지만 애인을 만들기도 한다. S1,2 내내 나를 웃고 빡치게 했던 '빅'을 사랑했다. 그리고 '사만다'는 PR회사의 사장(맞나)이고, 애인은 만들지 않고 원나잇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미란다'는 잘 나가는 변호사, '샬롯'은 동화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사랑을 원한다.

 보는 내내 그냥 스토리적으로도 재밌긴 했으나,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얼마전에 조금 읽었던 <백래시> (얼른 다 읽어야하는데) 에서 나왔던 것처럼, 3-40대 여성들이 싱글인 것에 굉장히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사회모습과, 거기에 휩쓸릴 듯한 캐리의 친구들… 이런 느낌의 장면도 꽤 나온다는 거였다.

 예를 들면, 시즌1이었던 것 같은데 캐리는 모 잡지의 표지 모델을 하러 간다. 캐리가 참여하는 부분은 <매력적인 미혼여성!>이었는데, 그 전날 클럽에서 미친듯이 놀고 지각을 한 캐리는 엉망인 모습으로 담배를 피며 테스트 컷을 찍는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잡지에 테스트 컷이 표지로 쓰였고, 내용에는 <매력적인 미혼여성?>이라는 제목으로 20대때는 뭘 해도 매력적이나 40대에 전날 새벽에 클럽에서 하루종일 뛰어도 그럴까? 라는 식으로 적혀있었다. 그걸 본 캐리와 친구들은 분노하고, 미란다는 "경고성 기사를 심어 젊은 여성들이 겁먹고 결혼하게 만든다"고 당당히 말한다. …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묘한 불안감이 생긴다, 는 그런 이야기였다.

 이런 결혼이나,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우리는 아직 젊다!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 하는 분위기는 시즌 내내 이어진다.


 현대에 와서 보면 당연하게도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아마 그 즈음의 한계? 쯤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원하는 남자와 섹스하고, 자신의 돈을 원하는 곳에 펑펑 쓰고, 파티에 참여하고, 친한 게이 프랜드가 있는 삶을 동경하게 만드는 드라마라고 생각했으나, 앞에도 말했듯이 지금 보기에는 약간 미묘한 구석이 없잖아 있다고 느낀다. 그들의 보적보가 아닌 진정한 우정을 보여주는 것은 정말 좋았으나, 그렇게 똑똑하고 잘 나가는 여자들이 남자얘기밖에 하지 않거나, 정치 이야기를 할 때 그들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 하는 모습이 좀 아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회는 바뀌고 그때와 지금 우리가 바라는 바, 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보고 있다. 한국에서 미니스커트가 자유와 반항의 이미지였다가, 요즘은 코르셋이 된 것처럼. 하지만 누군가 <섹스 앤 더 시티>를 보고 나는 젊지만, 아름답고 섹스어필이 가능해야지 여성으로써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그리고 캐리가 제발 그지같은 빅에게 더이상은 구질구질하게 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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