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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목 보고 시라노 연애조작단 생각났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기도 하고.
한동안 바빠서 영화를 못 보다가, 간만에 나오라는 약속을 뿌리치고 집에서 또띠아 칩이나 씹으며 영화를 보기로 했다. 가벼운 영화가 보고 싶었다. 내게 있어 '가벼운' 영화가 하이틴을 뜻하는 건 아니고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영화를 뜻하는지라 사실 스릴러 공포류를 봐도 상관은 없어서, <타우>나 <리추얼:숲 속에 있다>를 보려고 했으나 유튜브 광고로 <시에라 연애 대작전>이 나왔고, 얼마 전에 본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에게>를 꽤 재밌게 봤던 터라 시에라도 괜찮겠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이틴 무비... 하면서 틀었다.
결과 : 남은 것 베로니카 뿐.
스토리는 평범하다고 해야하나. 학교에 잘나가고 예쁜 치어리더인 베로니카는 쓰레기같이 나이만 처먹은 대학생 남자친구가 있는데, 제이미라는 학교 남자애가 베로니카의 번호를 따가려고 한다. 베로니카는 학교에 수수하고 뚱뚱한 시에라를 싫어했는데 (그냥 단순히 외모에 의한 괴롭힘이었던 것 같음) 제이미에게 시에라의 번호를 줘버린다. 시에라와 제이미는 문자 데이트를 시작하고 (정말 21세기다움) 시에라는 제이미가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베로니카인 걸 알게 되지만, 이미 호감이 생겨서 그걸 그만둘 수가 없다.
그리하여 시에라는 베로니카와 제이미가 이어지게 둘 수 없고 자신이 베로니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내버려둘 수 없기에, 마침 '멍청하다'는 소리를 듣고 대학생 남친에게 차인 베로니카에게 접근하여 공부를 가르쳐주는 대가로 뭔가 해달라고 한다.
영화를 보며 지울 수 없었던 것은, <내사모남> (너무 기니까 트위터에서 자주 쓰는 줄임말로 씀) 에서는 그래도 헤테로 커플이 이어지는 과정에서의 즐거움? 이 존재했는데 <시애라 연애 대작전>에서는 그냥, 베로니카랑 시에라가 친해지는 것에 있어서 즐거움이 더 컸다. 보는 내내 제이미랑은 어떻게 되든 상관 없고 베로니카랑 짱친할 수 없냐는 생각함. (ㅋㅋ)
영화 내내 가장 많이 성장하는 캐릭터는 베로니카인데, 외모로, 학교 내의 등급으로 사람을 나누던 베로니카는 시에라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진짜 친구'가 된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게 된다. SNS를 끊고 치어리더를 그만두고 철학을 배우게 되고. (물론 이건 망할 갈등 요소때문에 비롯된 결과지만) 그지같은 대학생 남자친구와는 헤어진다. 그 반면에 시에라는?
주인공이 언제나 큰 발전이나 성장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고, 시에라도 영화 전체적인 스토리 내에서 성장이 있었음이 분명한데, 내가 의문을 갖는 부분은 영화에서 억지로 만들어낸 '갈등' 부분이었다. 시에라라는 캐릭터는 영화 내내 꽤 의젓하고, 공부를 잘하고, 괜찮은 가정에서 자랐으며, 친한 친구도 있고, (물론 이 친구가 흑인 퀴어라는 점에서 좀 뭐랄까, 소수자성을 여따가 다 집어넣는다고? 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다.) 공부도 잘 하고... 그냥 꿈이 좀 없고 아주 특출나지 않았단 것만 빼면 착하고 당당한 캐릭터였다. 십대 때 자기 앞길 생각하고 특별한 활동하는 사람이 있는 건 맞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저게 더 당연하다. 물론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은 좀 떨어졌지만.
그런데 '그 갈등'은 대체 뭔가. 자기랑 내내 같이 지내고 자길 계속 도와주고 같이 웃고 노래를 들려주던 친구가 자기와 문자 메세지와 통화하는 남자랑 키스를 했다고 (심지어 그것도 자신을 도와주는 일의 일부인데) 베로니카의 쓰레기 전남친이 찍어둔 키스사진을 캡쳐해서 DM으로 차임. 이라는 글을 써서 학교에 뿌린다고??? 그게 시에라라는 캐릭터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나? 개인적인 캐해석이지만 시에라라면 베로니카와 1:1로 대화를 나눴을 거라 생각했다. 이건 너무... 캐붕에 가까워서 충격먹었던.
그리고 목소리를 내면 안되니까 청각장애인인 척 하는 것 (ㅋㅋ) 아...ㅠㅠ 시에라가 완벽한 캐릭터이길 바라는 게 아님에도 저건 좀 아니다 싶었음. 베로니카는 전형적인 덤블론드이며 주변 친구 하나는 히스테릭하고 눈치빠른 동양인, 나머지하나는 베로니카보다 더한 덤블론드다 눈치 없고 아무한테나 들이대는...
저 갈등 하나로, 그리고 그놈의 제이미를 못 놓아서 (물론 제이미가 좋은 놈이라는 건 알겠는데!) 시에라 연애 대작전의 마음 속 별점이 떨어졌다. 최근 하이틴 무비는 옛날과는 다르게 럽유어셀프... 못생겨도 괜찮아 뚱뚱해도 괜찮아 나는 그런 너를 사랑해 < 라고 말하는 킹카 쪽으로 트랜드가 바뀐 것 같다고 생각은 한다. 십대들에게 당신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당신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생길 거예요 라고 말하는 게 좋긴 함. 옛날 하이틴처럼 아 나도 저렇게 화장하고 작고 짧은 옷을 입고 머리를 하면 저 썅년의 남자친구가 나한테 오겠구나 하는 것보다야 물론 백번 천번 낫지만!!! ...이제 좀 식상하지 않나? 사랑도 필요 없고,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남자도 필요 없어 ㅠㅠ 젠장할...
베로니카라는 좋은 여성캐릭터, 서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캐릭터를 옆에 두고 제이미 (아.. 문자 남친) 에게 사랑받음으로써 스스로를 인정하게 되는 엔딩이라니 너무 슬픔.... 심지어 자신이 가진 재능 중 하나인 노래를 불러준 상대도 베로니카인데 이쯤 되면 제이미가 백빛나 엔딩을 맞아도 이상할 게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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