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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펭귄 하이웨이

이베 2018. 10. 11. 12:49



2018.10.10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첫 문단은 무시해도 되는 문단입니다.


 친구가 부국제에 가지 않겠냐고 했다. 작년에 나는 영화 시간을 놓쳐서 예매해둔 영화를 못 보고 왔는데, (친구에게 들으니 볼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올해는 그 일을 만회하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날씨가 춥기도 했고. <펭귄 하이웨이>는 트위터에서 아니 이렇게 귀여운 펭귄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라니! 하는 트윗이 올라온 적 있었다. 그 트윗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스쳐지나갔는데 갑자기 친구가 부국제 상영장이니 보러가자고 했고,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펭귄이 나온다니 당연히 귀엽겠군, 하고 그러자고 했다.

 날씨가 진짜 애지게 추웠다. 작년에 부국제때는 이렇게 춥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심지어 야외상영장. 친구와 나는 그냥 경험해본다는 생각으로 가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진짜 너무 추웠다. 사람은 바글바글했고.

 gv를 영화 시작 전에 했었는데, 엥 gv를 영화 전에 하면 어떡해? 하는 마음이었고 감독이랑 프로듀스 불러서 인사 시키고 감독이 영화 설명과 어떻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내려가는 걸 보고 고작 이걸? 하려고?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 추웠고, 빨리 영화를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이었기에 그냥 넘기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일단, 이후에 내가 이 영화에 대한 악평()을 쏟아낼 예정이라 미리 장점? 이라고 해야할까 좋았던 점부터 말하는 게 글을 읽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을 것 같다. 펭귄을 사랑하고, 펭귄이 귀여우면 스토리가 어떻든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러가도 좋다.

 작화를 먼저 보자면,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쓰리디가 자주 쓰이는 추세여서 그런지 여기서도 쓰리디스러운 작화가 틈틈히 보였다. 2D, 수작업, 쓰리디까지 다 쓰는 느낌이었는데, 컬러감이나 배경 작화가 포근한 느낌이고 예뻤다. 그림체도 귀여움.

 스토리는, 원작이 있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원래 이렇게 풀어나가는 건지 모르겠는. 동심? 이라고 해야하나... 어린 날의 모험 같은 느낌으로 친구들끼리만 비밀을 만들고, 그걸 연구하고…하는 부분은 나쁘지 않았다. 의외로 장르가 SF, 미스테리였는데, 덕분에 내용이 복잡해져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고 하기엔 어려워진듯. 마을에 어느날 갑자기 펭귄이 나타났다!를 동화적인 느낌으로 풀어나가는 게 아니라 미스테리로 풀어나간다. 그래서 자녀들을 데려가서 과학공부나 연구에 대한 의욕을 키우게 하고 싶으시다면 괜찮을 것 같지만 펭귄이 잔뜩 나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생각하고 가셨다면 이 영화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이자 이 이유 하나만으로 이 영화를 보러 가도 이상할 게 없을 펭귄! 펭귄은 진짜 귀엽다. 작화가 귀엽기도 하고 말랑말랑 쫀득쫀득해보여서 귀엽다.


 근데 이 영화를 진짜 누구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지가 않다. 자녀를 둔 부모님에게도, 여성들에게도.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아니 아닐걸, 모두에게 큰 장애물이 있다.

 '가슴 이야기'다.

 영화가 시작하고 1분도 채 되지 않아서, 주인공인 아오야마는 자기 소개를 독백으로 한다. 그러면서 갑자기 치과 누나의 가슴 얘기를 한다. 영화가 시작되자 마자, 정말 회사 로고들이나 지나가고 난 뒤, 그러고 20초 정도 있다가 그 대사가 나온다. 뒤로 넘어갈 뻔 했다. 동공은 팝핀을 추고 옆에 나는 친구를 바라봤다. 친구도 당황한 눈치다.

 영화 러닝타임 내내 가슴얘기를 한다. 위에 말했듯, 이 영화의 장르는 판타지 모험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SF 미스테리에 가깝다고 본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친구들은 펭귄이 어디서 왔는지, 그 존재의 근원지는 어딘지 밝히려고 노력한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일은 점점 스케일이 커지고…. 그런데 영화 내내 가슴 얘길 한단 거다. 안 보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없을 거다. 진짜,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심할 거다.

 누나의 캐릭터 디자인 자체는 약간 순수한~ 자연 미인~ 어쩌구~ 이런 풍이다. 근데 옷이 죄다 가슴 라인이 드러난다. 그 야외 상영장에서 어떤 여자도 그런 옷을 입고 있지 않았을 거고 설령 그런 옷을 입어도 쫄쫄이 아니면 그렇게 생기지 못할 거다. 감독이 gv 뒤에 했으면 왜 그렇게 가슴에 집착 해야만 했습니까? 하고 질문 했을 겁니다.

 내내 그런 장면을 마치 재치~ 웃음~ 개그~ 요소로 넣는 게 짜증난다. 주인공의 대사 몇 개 생각나는 것만 적어봐도 "누나의 가슴은 엄마의 가슴과는 다르다." "(동그란 케이크 맨 위에 장식이 올라간 걸 보고) 저게 가슴 케이크야." "(누나가 밥을 3일째 먹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누나는 그런 걸 하면 안돼요, 가슴이 빠지니까" (약간 왜곡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선이 자꾸 가슴으로 향한다. 커다란 스크린에 가슴이 가득 들어있는데 내가 이걸 돈 주고 이 추운 날 밖에서?

 어린이 애니라기보다는 어른용이었다. 특히 성인남성의 어린 시절 회상용 ^^;... 가장 짜증났던 부분은 아동용 애니같은 작화, 컬러 (물론 그게 정해져있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그런 대상일 때 사용하는 분위기) 등을 사용해놓고 어린 소년이 성인 여성의 가슴에 관심을 갖는 걸 마치 어린 날의 철없는 무언가로 만들어버리는 부분이었다. (니네 어린 시절 호기심 아니라 커서도 그러잖아 안 그런척 넘어가지 마라.) 이걸 본 남자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저래도 되는구나~ 어릴 때는 용인되네~ 여자아이들은? (영화에 똑똑하고 영리한 여자애가 나옵니다) 장난치는 남자애가~ 날 좋아하는 거구나~ 그래서 나한테 못되게 구는구나~ 연구를 하고 어쩌고 하면서 치마 입고 다니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애는 가슴 큰 누나 좋아하구~ ㅎ...


 그렇게 위에 기제한 이유로 영화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펭귄이 보고 싶으시다면 다큐를 봅시다.

 간만에 깜빡이도 안 키고 들어오는 빻음에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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