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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이베 2018. 10. 15. 18:17


 문소리님이 감독, 배우를 모두 한 영화. 작년인가 재작년 쯤 보려고 하다가 놓쳤던 기억이 있다. 꽤 짤막한 편이라 오늘 너무 아무것도 하기 싫길래 틀었다. 마음이 무거워질까, 많이 걱정했으나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무겁지 않았다. 보다가 픽픽 웃음이 나는 부분도 있었다.


 언젠가 이게 페미니즘 영화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으나, 보고 난 후에는 이게 페미니즘 영화가 아닐 수 있나, 하는 생각 반, 페미니즘 영화가 아니면 뭐 어떠랴, 하는 생각이 반 정도 든다.

 영화 자체가 한국의 여배우인 문소리님의 자전적인 스토리라는 느낌이라, 당연하게도 페미니즘적인 해석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여자 이야기잖아요! 한국의 '여'배우! (강조 표시는 일부러 한 겁니다. 맨날 천날 '여배우'라고 불러서요.) 그리고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때문에 당연하게도 완벽한 페미니즘이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거기서 문소리님이 나오는 남자들 다 패고 욕하고 벌떡 일어나서 나간다면 당연히 시원했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영화가 시작한 지 20분동안 화가 부글부글 끓어 저 놈들 다 죽여버릴 순 없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영화에 사이다만 존재할까. 갑갑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문소리는 연예인이고, 인기있는 배우고, 앞에는 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앉아있다. 쓴소리 못하고 웃으며 술을 마시는 문소리를 대신해 친구들이 목소리를 낸다.

 연기를 하고 싶은데, 애를 키워야한다, 시어머니는 요양원에 계시고, 돈은 부족하다. 자길 보는 이들은 예쁜 문소리를 바란다. 돈 많이 벌어서 돈 많으시겠어요. 문소리님 역시 예쁘시네…. 정말로, 한국에서 여배우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3막으로 이루어진 영화로, 1막은 친구들과 등산하다가 아는 감독을 만나게 되고 그 감독의 일행과 술을 마시며 개빻소리를 듣게된다. 문소리는 자괴감에 빠지고, 스스로가 예쁜지, 매력적인지 생각한다. 2막은 돈이 부족한 문소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돈을 제대로 주지 못하지만 특별 출연을 부탁하는 지인에게 거절의 의사를 밝힌다. 3막은 알던 감독이 죽는다. 문소리를 그를 좋아하지 않지만 장례식장을 방문한다. 옛부터 알던 남배우를 만나고, 어떤 신인 배우를 만난다.

 개인적으로 1막에서, 친구가 너가 한국의 매릴 스트립이지! 맘마미아 같은 거 좀 찍고, 어? 하는 부분에서 문소리가 되게 화를 내는데, 아! 뭔 느낌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웃었다. 아니 울었나?

 영화가 전체적으로 웃기고 화나고 슬프다. 이거 어케 세 가지를 동시에 느끼지? 근데 진짜 그렇다. 문소리 감독의 능력일지도 모른다. 자전적이라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없는 상황을 내놓자 우리도 웃고, 스스로 생각해도 화나는 장면을 내놓아 우리도 화난다. 하지만 밑바탕에 깔린 상황들이 절망적이라고 해야하나, 슬픈 느낌이라 영화 내내 안타깝고 슬픈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영화가 상영할 당시에 gv를 볼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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