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 스푼의 시간

이베 2019. 3. 12. 13:40




2019.03.11 완독




 구병모 작가님 책을 사랑하는 사람…. 이것저것 거의 다 한 번씩은 읽어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안 읽어본 게 있어서 집어들었다. 전에 한 번 살까, 했다가 취향이 아니려나 하고 안 샀었는데 이제야 이걸 읽었다는 게 그저 땅을 치고 후회하게 돼버린 거임.


 아들은 외국에서 살았는데, 비행기 사고가 나서 돌아오지 못했다. 시신은 바다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모습을 제대로 배웅해주지도 못하고, 그렇게 지낸다.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며.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의 이름으로 택배 하나가 도착한다. 그 곳에는 소년의 모습을 한 로봇이 들어있다. '명정'은 그 로봇에게 '은결'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휴머노이드와 주인의 이야기라고 보면 되는데, 하드 SF소설은 아니고 소프트, 동화 같은 이야기다. 트위터에 서치해보다가 이거 쓰시고 2년 뒤에 내 이웃의 식탁을 쓰셨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으셨냐는 트윗 보고 아 그렇네, 함.

 구병모 작가님의 문체로 섬세하게 그려낸 휴머노이드의 전자뇌 회로와, 오류와, 거기서부터 비롯된… 인간다움이 너무 좋아서, 후반부에는 너무 울고 싶어진 책이었다. 로봇의 뇌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 어투, 행동, 표정 같은 것들. 한다, 라는 동사에서 시작한 여러가지의 의미들. 하고 싶다, 가 뭐죠?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나오고,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커가고, 늙어가나, 은결만은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늙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늙지 않는 건 아니라는 게.

 로봇이 감정을 배우는 이야기는 흔하고 많은데, 왜 이렇게 동화같으면서도 제목처럼 한 스푼의 세제가 물에 풀어져 사라지듯한 느낌이 들까?



이어지는 완전한 암전이야말로 로봇이 꿀 수 있는 유일한 꿈이다.

를 읽고는 내가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9.02.11
11문자 살인사건  (0) 2018.12.11
룬의 아이들 : 윈터러  (0) 2018.12.10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0) 2018.10.20
빨간구두당  (0) 2018.10.15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