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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해피니스

이베 2021. 12. 13. 00:44

 

<접음글 없이 그냥 줄줄 적어뒀음. 엔딩 관련으로 스포일러 있음.>

 

 

 요즘 티비엔 드라마 참 잘 만들더라. 그 중 하나인 <해피니스> 12월 11일에 막방을 했는데, 방금 막 일하면서 막화를 다 봤고, 드라마가 좋아서… 간만에 후기를 쓰러 왔다. (그 사이에 본 영화와 드라마가 꽤 많지만서도) 보게 된 계기는 트위터에서 일반 좀비물과는 다르게 사람을 유인하려는 모습이 있다는 클립을 보고 호기심이 동했다. 좀비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해피니스>의 재밌는 점 첫번째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그린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부분이 가장 잔인하다. 코로나 끝난 지 얼마 됐다고 냅다 또 좀비 바이러스 같은 게 돌고 앉았음.

 그리고 두 번째는… 시놉시스를 보기 시작한 뒤에 확인해서 뒤늦게 안 부분이지만 이건 '좀비물', 그러니까 공포 장르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빈부격차나 사람 간의 차별을 다루는 군상극이다. 보면서 5층까지의 임대와 6층부터의 매매의 차이가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무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요즘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그로 인한 따돌림이 있다고 하니…. 현실감이 너무 넘쳐 문제라고 할까.

 

 그리고 <해피니스>에서 다루는 '좀비'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당연함! 좀비물임.) 흔히들 생각하는 좀비는 물리면 감염되고, 그건 일종의 죽음을 뜻한다. 일전에 트위터에서 좀비물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죽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트윗을 본 적이 있다. 보면서 '흠,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확실히 좀비물에서 좀비를 죽이는 건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지 않는가. 일종의 자기방어라는 이유를 들어가며.

 그런데 <해피니스> 속 좀비는 좀비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병에 걸렸을 뿐이고, 치료법을 찾을 수도 있으며, 심지어 시간이 지나면 맨정신으로 돌아오고, 머리에 힘 좀 주면 충동을 참을 수도 있다. 좀비가 됐다! 라기 보다는 금단 현상에 가까운 느낌이다. (물론 사람을 물어뜯는 금단 현상이라면 좀 그렇겠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죽일 수 없다. 좀비물에서 흔히 초반에 나오다 무뎌지는 '저 좀비들도 사람이었는데, 죽일 순 없어.'라는 자세를 끝까지 유지한다. 중간에 죽어버린, 치료하지 못한 감염자들은 안타까울 뿐이지만.

 그리고 드라마를 보다 보면 알지만, <해피니스> 속 진짜 괴물은 따로 있다. 사람을 물어 뜯는 괴물 말고, 타인을 무시하고 핍박하는, 이기적이고 욕망에 충실한 사람들. 작중 캐릭터들은 각자의 욕망이 있고, 그를 향해 다양한 방식으로 행동한다. 내 집이 있으면 좋겠다,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 돈이 많으면 좋겠다, 나의 가족이 안전하면 좋겠다……. 감염자가 달려드는 장면보다, 집 주인이 사라지고도 아무렇지 않게 집앞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이웃들의 모습이 더 무섭다. ……극중에서는 코로나가 끝나고, 좀비 바이러스 같은 것이 아파트 내에서 돌며 사람들의 이기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보는 내내 이 드라마는 사실 지금의 우리에게 '너무 이기적이게 굴다가는 우리가 괴물이 되어버린다.'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것을 가까이에 두세요, 우리들의 가족, 친구, 연인….

 감염병은 치료할 수 있다. 윤새봄은 작중 내내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며, 윤새봄이 있다면 다른 이들을 구할 수 있다는 증명의 개체로 나온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엔딩에서 가장 마음에 든 건 결국 윤새봄이 세계를 살린 구원자 역할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윤새봄이 자신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좋았고.

 

 그 외의 감상으로는 진심 거의 저혈압 치료제였다. 아오 진짜 왜 저래??? 라는 말을 오백번 정도 반복했다. 사실 나는 나수민 (웹소설 작가 오빠) 도 진짜 싫어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자꾸 현실에 감정이입하게 돼가지고 미치는 줄 알았는데 하…. 또 작가의 손짓에 휩쓸려 가는 시청자1이었기 때문에 '나수민을 봐, 그리고 감동해!!!'이러면 그냥 '감동적이야!!!' 이러고 봄.

 꽉 닫힌 해피엔딩이라 좋았다. 세상이 그렇게 빨리 변하고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선한 마음을 꾸준히 안고 가서 좋은 일이 생겼다고 말하는 작품을 싫어하기는 어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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