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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우리가 어려서 그랬다고 말하는 앞길이 창창하다는 젊은 성범죄자들아.
본인들 인생만 창창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자의식 과잉임
트위터에서 추천글이 도는 것을 보고 찜해두었다가 봤다. 감상은… 한마디로 처참했다, 고 할까. 후반부에는 정말 물리적으로 가슴을 퍽퍽 치면서 봤다. 이 영화의 장르가 스릴러가 아닌 드라마, 범죄라는 점이 나를 너무 슬프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후기에 '언니 다죽여' 식의 전개가 좋진 않지만 이 영화에는 그냥 진짜 '다 죽였'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을 오백번쯤 공감한다.
전체적인 줄거리 : 니나와 캐시는 소꿉친구이고, 같이 의대를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7년 전 (의대 다닐 시절) 한 남성이 니나에게 성폭행을 가하고, 그걸 그 남자 주변인들은 같이 깔깔거리며 즐겼다는 그런… 사건이 있었고, 그 후 그녀를 위한 복수극을 펼친다는 이야기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영화 내내 소리소문 없이 묻히는 사건의 진상이나, '술에 취했기 때문에' 그렇게 당해도 싸다는 이야기를 부정하고 있다. 술에 취한다고 그런 짓을 당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어리기 때문에 용서 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사실 중반까지는 캐시의 복수 방식이 너무 위태로워서 (…) (실질적으로 피해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게 맞는가? 라는 생각은 했지만 뭐, 사실상 사건은 가해 남성의 편을 들어준 채 끝났기 때문에 캐시가 할 수 있는 일이 몇 없었을 거다. 나 같아도 아주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낸 소꿉친구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캐시의 방식은 커녕 아마 칼부터 들고 쫓아갔을지도 모르겠으니.
보면서 메모해둔 건데 영화 시작한 지 약 17분 안에 남자들이 골반을 튕기며 클럽에서 춤추는 것 - 취한 (척하는) 캐시를 보고 껄떡거리며 성희롱하는 것 - 친절한 척하며 캐시에게 접근해 집으로 데려가 술 더 먹이고 강간하려는 남자 - 흐트러진 옷매무새로 아침 도로 위를 걸으니 캣콜링 하는 남자들 - 대학 시절부터 좋아했다며 7년만의 재회에서 냅다 말실수하고 데이트 신청하는 남자 - 완벽한 소설을 (그건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함) 쓰기 위해서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수정을 가하는 (이 부분 왜 이렇게 구체적으로 쓰냐면 이런 식으로는 죽을 때까지 작품 못 만들기 때문임) 마약하는 남자……가 나온다. 17분 안에 거의 뭐 온갖 꼴받는 남성 군단이 다 나옴. (영화 내내 더 나옴. 줄기차게 나옴.)
엔딩 부근에 가서는 진짜 그냥 어떻게든 죽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계속했던 것 같다. (화나서 ㅠㅠ)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대해 계속해서 걱정하는 가해자의 과거의 일 따위는 모두 잊어버리고 마치 자신은 행복하고, 선량하고, 청렴한 사람이라는 듯이 구는 모습…. 위선적이라 역겹기도 하고, 실제로도 이런 식으로 '앞길이 창창한 20대 남성'이라는 이유로 형이 가벼워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보니 더 괴로웠다.
내가 바라는 결말은 결국 나지 않고, 뼈가 시릴 정도로 현실적인 엔딩만이 남았다. 솔직히 말하면 캐시가 스트리퍼인 척하며 총각파티에 갔을 때부터 '우리는 착하고, 앞길은 존나 밝고, 여자를 그냥 조금 좋아할 뿐인, 가끔 짖궃은 장난-모두들 하잖아요?-을 치는 남자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인데 괜찮을까? 라고 생각했다. 우습지 않나? 이건 영화이고, 복수극이라고 소개가 적혀있었음에도 나는 남자들 사이로 들어가는 캐시를 걱정했다. (실제로 걱정이 현실로 와버린 엔딩이었고.)
끝마무리를 도무지 어떻게 적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나는 세상 모든 니나와, 캐시의 삶을 응원한다. 우리의 잘못이 아니고, 우리의 인생이 무너진 게 아니다. 누군가 니나와 캐시에게 이 말을 해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거다. 누군가의 인생을 타인이 망쳐버리기 전에 주변과 사회가 도와주어야만 한다. 적합한 벌을 받고, 제가 망친 창창한 앞길을 뼈가 저리도록 깨닫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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