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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간신> 찍은 사람이라고 해서 경악했다. 민규동 감독의 삼보일배 영화 <허스토리>
봐야지, 봐야지, 했는데 상영관이 너무 없었다. 주말에도 하루 빼고는 일을 하는데, 상영관이 평일 낮이나 아침밖에 없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이런 영화가 큰 영화관에 많이 걸리지 않으면 어쩌자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모두가 봤으면 좋겠다.
이때까지 봤던 '위안부'를 다룬 영화들 중 가장 덜 자극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건 <아이 캔 스피크>였다. 적절한 개그요소에, 자연스럽게 풀어낸 과거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울다가, 웃다가, 따뜻해졌다가… 좋다는 이야기에 그렇구나, 하고 덤덤하게 보러 들어갔던 영화에서 휴지를 끌어안고 러닝타임 내내 놓질 못했던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는 과거 회상 장면이 나오지만 직접적으로, 포르노적 시선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좋았다.
<허스토리>도 비슷하다. 과거 회상 장면 하나 보여주지 않고 그 때의 처참한 상황을 너무 잘 보여주는 거다. 단 한 장면도 자극적인 장면이 없다. 분노하고 억울하지만 누군가의 시선이 집요하게 따라붙는 듯한 연출이 아니다.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의도로 찍었는지 궁금하다. 연출이나는 건 의도가 들어가기 마련이니까. 많이 바뀐 거였으면 좋겠다. 팔아먹으려고 하는 연출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라면 좋겠다.
지금 이렇게 후기를 적는 동안에도 영화 장면이 드문드문 생각이 나서 울컥한다. 사과 받지 못해도, 보상금 못 받아도, 소리나 한 번 질러보자고 하던 문사장의 말이 생각난다. 보는 내내 억울하고 분통터져서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누군가는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제 지겹다고, 그만 좀 말하라고. 근데 그러는 사람들 영화 속에도 존재한다. 똑같은 사람들이지 않나.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와야하고, 누군가 말하다보면 관심 가지는 사람은 늘어날거다. 눈엣가시라도 안 보이는 것보다는 낫다. 그 사람들이나 노란 리본 달고다니는 사람한테 욕하는 사람이나 다를 게 뭔지 모르겠다. 보기 싫으면 눈 감고 귀를 막어. 우리보고 닥치라고 하지 말고.
문사장이라는 캐릭터는, 독선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존심도 강하고, 능력있는, 스스로를 믿는 여성 캐릭터다.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건드린 '위안부' 문제에 점점 힘을 쏟게 된다. 그게 이상하게 좋았다. 처음부터 '위안부'를 돕겠다! 하고 나서는 게 아니라, 처음에는 좀 발을 빼다가 자신과 오래 안 사람의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상처의 깊이가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 깊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점점 더 도울 일이 없는지 찾는다.
우리네 삶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 나는 관심 없다고 생각하고, 지금 나랑은 상관 없다고 생각해도, 얼마 뒤의 내가 얼마만큼의 관심을 쏟고 있을지는 모른다.
영화를 다 보고는 약간의 무력감을 느껴서, 조만간 민족과 여성 역사관에 다녀올 생각이다. 다들 꼭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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