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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폭스파이어

이베 2018. 8. 6. 16:21



 왜 안 유명하지?


왓챠에 올라온 작품. 영상미가 좋을 것 같았고, 왓챠에 적혀진 스토리를 보고 '보고싶어요'에 담아뒀다가 오늘 봤다. 스토리 설명은 '렉스를 리더로 모인 여섯 소녀들은 어리고 가난한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들을 괴롭히는 세상에 맞서 비밀 그룹 폭스파이어를 만든다.' 였다. '비밀 그룹'이라는 단어가 장난스럽게 느껴져서 페미니즘 뜻을 담은 가벼운 소녀 성장물 정도로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꽤 무거웠고,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점점 유쾌함과는 멀어졌다.

 일단, 혹시나 모르니 이 후기를 보고 보고싶어진 사람들은 강간, 폭력, 강도 등의 소재가 괜찮은지 생각해야한다.



 비슷한 영화인가, 하고 생각한 건 <무스탕 : 랄리의 여름>이었으나 약간 결이 다를지도 모른다.

 폭스파이어는 렉스를 중심으로 한 여자아이들로만 이루어진 그룹이다. 남성들에게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점점 행위의 정도는 심해지고,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한다. 초반에 폭스파이어가 만들어졌을 때는 너무너무 좋았다. 어릴 때, 친구들이랑 같이 비밀 기지라고 말하며 키득거리던 생각이 나서 그랬다. 렉스의 집에 모여서 촛불을 켜고, 맹세를 하고, 엉성한 손놀림으로 자신들 그룹의 상징을 타투로 새기고, 웃고 깔깔거리는 모습.

 남자에게 당하지 마, 가만히 있지마! 라고 말하고, 모든 여자애들을 도와줘야한다고, 우리는 자매니까, 라고 말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폭스파이어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싸우기도 하고, 부딪혀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렉스는 폭스파이어로 활동을 하다가 대표격으로 감옥에 들어가서 몇 개월을 살게 되고 나와서는 집을 하나 사서 다같이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조금씩 조금씩 그룹의 인원도 늘어간다. 내부에서도 누군가는 누군가의 험담을 하고, 누군가는 저 사람이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생활하는 중, 돈이나 생활때문에 부딪히기도 한다. 다 같은 여성이고, 소외당하고, 돕기 위해 모인 그룹임에도 텃세나 인종차별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되어갈 때, 유쾌하지 못하다고 느낀 이유는 아마도 현실적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사람들이 다같이 모여서 살면 어쩔 수 없이 분열이 생기고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돈 문제도 당연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점점 위험한 일을 하기 시작하는 것도 입맛 씁쓸해지는 장면 중 하나였다. 현실 속에서도 그녀들처럼 집이나 사회에서 보장해주지 못해서 위험한 일을 하며 돈을 벌려고 하는 이들이 존재하니까.


 그럼에도 마음에 들었던 이유가 뭘까? 폭스파이어의 마지막은 엉망진창이었으나 나라고 그러고 싶지 않았겠냐는 마음이었다. 나도 소리 지르고 싶고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었던 마음을 대신 표현해줘서가 아닐까?

 어째서 그들은 어린 여자아이들을 그렇게 두려워했던걸까? 그 작아보이는 불꽃이 모두를 집어 삼킬까봐 그랬던 걸까? 한 때 불타다가 재가 되어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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